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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적응 빨리 하려면

[조기유학 길라잡이]현지적응 빨리 하려면

동아일보

5년 전 미국 사립고교에 지원한 두 학생을 상담한 적이 있었다. 한 학생은 미국인과 별 부담 없이 대화를 나눌 정도였고 다른 학생은 쉬운 영어 표현도 제대로 구사하지 못했다.

그래서 두 번째 학생을 유학 보내는 것에 반대했지만 이 학생의 부모님은 아이를 미국에 보냈다. 결국 이 학생은 ESL(영어실력이 떨어지는 외국인 학생들을 위한 언어반. ESL 강의가 많으면 나중에 미국 대학에 지원할 때 크게 불리함) 과목들을 2년이나 들어야 했고, 미국인 친구도 사귀지 못했다. 사립고교를 가는 가장 큰 이유는 좋은 대학에 들어가기 위해서다. 그러나 그 학생은 고교를 마치고도 결국 원하는 대학 입학에는 실패했다. 반면 첫 번째 학생은 미국생활에 빨리 적응했고, 현재 톱 대학에서 공부하고 있다.

지난번 칼럼에서 언급했듯이 미국에 가면 무조건 영어를 잘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큰 오산이다. 유학을 가기 전 2, 3년은 강도 높게 영어를 준비해야 한다. 이 말은 또한 유학을 급하게 결정하지 말라는 것이다. 조기유학은 물론 학부에서 대학원, 로스쿨까지 모든 유학 실패의 가장 큰 원인은 영어는 물론 유학에 대한 준비 없이 가는 것이다.

영어는 어떻게 준비하고 연습하는 것이 좋을까? AFNK나 EBS 라디오를 열심히 들으며 듣기연습을, 영어학원을 다니며 말하기 연습을 꾸준히 하되, 이쪽에만 너무 많은 시간을 투자하면 안 된다. 문제는 단어(vocabulary) 수준과 쓰기(essay writing) 실력이다.

사립고교에서 요구하는, 그 많은 양의 책을 읽으려면 당연히 단어 수준이 미국학생들과 비슷해야 한다. 또한 모든 과목마다 에세이를 써서 내는 과제를 해내야 한다.

최근 동아일보의 ‘선진 엘리트 교육의 현장’ 취재팀으로 방문한 명문고교 7군데에서도 한국인 유학생들 모두가 미리 한국에서 꾸준히 그리고 철저히 영어를 준비했다고 답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밀턴 아카데미에서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하는 학생이나 민족사관고를 다니다가 필립스 아카데미 앤도버로 유학 온 학생처럼 뛰어난 실력을 가진 이들조차 여전히 쓰기는 어렵다고 토로했다.

한국의 영어교육은 문법에만 치우쳐 있어 실질적인 쓰기 연습은 할 수 없다. 한국어로 나온 영작문 책들 역시 문법 이야기만 할 뿐 다른 도움은 못 준다. 결국 다이애나 해커의 ‘A Writer's Reference’ 같은 미국 책을 사서 공부하는 수밖에 없다. 웬만한 미국서점에서는 쓰기에 관련된 책을 수백권 이상 구비하고 있다. 쓰기가 어려운 것은 미국인들 역시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대형서점의 외국서적 코너나 온라인 서점을 통해 이런 책들을 구입할 수 있다. 또 인터넷을 통해 뉴욕타임스 같은, 기자들의 글 솜씨가 뛰어난 신문을 매일 읽는 것도 도움이 된다.

단어는 토플이나 SSAT(미국사립고교 입학시험)준비를 하면서 외워야 하는 수준 높은 단어뿐만 아니라 ‘Oxford New Picture Dictionary’ 같은 책을 통해, 미국인들이 살아가며 자연스럽게 배우게 되는 생활용 단어들을 함께 공부해야 한다. 이런 것들은 학교나 단어 책을 통해서는 배울 수 없는 단어들이기 때문이다.

많이 준비한 학생들이 그렇지 않은 학생들보다 몇 배는 더 성공할 확률이 높다는 것은 10년 가깝게 유학상담일을 해온 나의 경험을 통해 가장 확실하게 말할 수 있다.
 
 

밀턴·앤도버(미국)=콜린박(서울대 해외유학상담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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